겨울 눈꽃보다 아련한 추억 하나...본인만의 소통으로 장병들에게 다가가
겨울 눈꽃보다 아련한 추억 하나...본인만의 소통으로 장병들에게 다가가
  • 장명석 기자
  • 승인 2020.01.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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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중령
김효신 중령

김 효 신(51사단 동원참모처 김효신 중령)

군 생활 한지가 26년이 넘어서고 있다.

그 세월동안  함께한 수십만의 장병들, 그들과 함께했던 희노애락의 시간들 지금은 장병들도 30, 40, 50대가 되어 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자기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나는 군대를 인생 종합대학이자, 성인 성장 병원이라고 내 혼자말로 생각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군에 오는 많은 장병들이 마음과 몸이 아픈이들이 간혹 있다. 입시라는 지옥과힘든 가정생활 속에서 겪는 정신적 아픔을 지니고 군에 입대를 하는 장병들도 있었다이 후에는, 모든 책임은 군대의 있는 지휘관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진다. 그들을 무사하게 전역시키는 것이 지휘관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대장 시절 어느 용사가 전입을 오게 되었다. 부모님의 이혼과 고교 시절 왕따로 인한 자퇴, 그리고 나쁜 친구와의 어울림으로 아이는 변해 있었다비슷한 아픔을 겪은 용사들도 있었고, 아무런 꿈과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런 아이들에게 나는 전역후 미래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속을 스쳐갔다.

 그러기 위해서 나 또한 변하가 필요하다 느껴 고민 하던중 책속에 답이 있다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때부터 시간이 날때마다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긴 인생을 살지 않은터라 책을 통해 인생의 많은 지혜와 지식을 배워 나갔다

새벽 4시면 출근해 2시간 가까이 시간과, 일과시간이 끝난 시간 부대 사무실에서 책을 펼치고 읽었다. 간혹 상담차 찾아오는 장병들은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래서인지 부대원들은 책을 좋아하는 대대장 책을 사랑하는 대대장 이라고 말했고, 그러한 덕분에 멘토를 하고 싶다는 부대원들이 많았다많은 부대원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었다. 전입 신병들이 전입을 오게되면 처음 먼저 가는 곳이 목욕탕이다. 사람은 옷을 벗고 있으면 계급이라는 권위의식이 사라지, 마음의 장이 열린다. 나만의 방식이였다.

대대에서 최고의 장인 대대장이 몸매도 그다지 좋지 않지만, 목욕탕에서 같이 옷을 벗고서 전입 신병 한 명 한명 등을 밀어 주었다. 등을 밀어 주면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고향이 ㅇㅇ던데?", "아버님은 ㅇㅇㅇ일을 하시던데?", "학창시절 친구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데?..." 이렇게 전입 신병들과 대화는 주고 받으면서 그들의 마음은 열렸다목욕탕에 가기전 신병교육대에서 작성한 그들의 빽빽하게 적힌 20여페이지의 생활지도 기록부를 면밀히 읽어본다그러다 보니 그들이 자라온 일대기를 알고 있는지라 목욕탕에서 그들과 쉽게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이다그리고 씻고 난뒤 들리는 식당, 비록 비싼  음식을 사주지는 못하지만, 삼겹살짜장면, 짬뽕, 등 부대원들과 함께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부대원들에게는 소주 몇 잔도 주곤 했다. 좋은 음식이 주가 아니였다.

이들과 이렇게 마음의 장을 열고 나면 그 다음부터 대대장이 아버지같이 느껴진 다고들 했다. 이런 부대원들이 아버지에게 무슨 이야기를 못할까그들은 허심 탄회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들려주곤 했다. 글로 써서 주기도 하고대대장을 찾아와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었다. 학창시절 자퇴한 부대원들에게는 검정고시 시험을 볼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권유한 부대원들은 전부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공부하고 있는 저녁이면 집에 있는 빵이며, 컵라면, 음료, 과일등을 챙겨서 갖고 가서 그들과 함께 아버지같은 마음으로 먹곤 했다그리고 공부하면서 어려운 점을 들어주고 했었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 일까?

매반기별 시험 본 부대원들이 100퍼센트 전원 합격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그 결과 대대장 임기기간동안 55명이라는 부대원 전원이 합격을 했었다부대를 찾은 부모님들 모두가 "가정도, 학교도 못한걸 대대장님이 하셨네요. 진짜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이 은혜를 갖아야 할지..." 그냥 내가 좋아서 한 일을 부모님들은 너무 고마워했다.

사람은 그렇다. 한 사람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사랑을 주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많은 책을 통해 읽었다. 학창시절 선생님 한 마디 칭찬에 아이들의 인생은 바뀐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라, 그래서 책에서 읽은 대로 실행했는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이 난다. 검정고시 합격해서 좋아했던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들을...

그 어떤 밝은 미소보다 더 아름다웠던 부대원들의 얼굴들... 아마 평생 내 인생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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